8 House 건축 이야기 — 도시와 생활로 다시 읽다
ARCHITECTURE STORY · 미니멀 갤러리
Toyo Ito의 건축을 구조와 동선의 관점으로 읽다
구조와 동선 · ARCHITECTURE ESSAY
Toyo Ito의 건축을 실내건축과 현장의 눈으로 다시 읽다
겉모습보다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이 건축이 사람을 어떤 순서로 움직이게 만드는가이다.
도서관 바닥이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면 어떨까?. Tama Art University Library, 도요 이토가 2007년 도쿄 하치오지의 미술대학 안에 지은 도서관이다. 부지가 원래 완만한 비탈이었는데, 이토는 그 경사를 밀어 없애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남겼다. 그리고 그 위에 아치들을 숲처럼 세웠다. 오늘은 이 아치의 숲을 구조와 동선의 눈으로 읽는다.
이 건축가의 특징
본 이미지는 실사진이 아니라, 마스터 DB의 건축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요약 일러스트입니다.
GOOGLE MAP
Tama Art University Library · 도쿄, 일본
도시 기준 좌표: 35.6762, 139.6503
잠깐 쉬어가는 코너 🧐
1층을 유리로만 둘러서, 밖의 캠퍼스 나무와 안의 아치가 겹쳐 보인다. 어디까지가 건물이고 어디부터가 정원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아치를 나무처럼 세운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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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들어서면 콘크리트 아치들이 사방으로 교차하며 서 있다. 폭이 좁은 아치, 넓은 아치가 섞여 있어서 규칙적인 격자 같으면서도 어딘가 흐트러져 있다. 곡선이라 그렇다. 직선 기둥의 숲은 딱딱한데, 아치의 숲은 걸을 때마다 시선이 부드럽게 휜다. 유리로만 두른 1층이라 밖의 나무와 안의 아치가 겹쳐 보인다. 진짜 나무와 콘크리트 나무가 한 화면에 서는 셈이다. 이거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 한참 들여다봤다. 콘크리트가 이렇게 가늘고 우아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보통 콘크리트 하면 육중한 회색 덩어리를 떠올리는데, 여기 아치들은 가지처럼 날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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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재밌는 게 바닥이다. 부지 경사를 그대로 살려서 도서관 바닥이 미세하게 기울어 있다. 서가와 책상은 수평으로 두되, 그 사이를 잇는 바닥은 완만한 비탈로 흐른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밟고 있다. 층을 계단으로 뚝뚝 끊지 않고, 땅의 결을 따라 흘려보낸 동선. 몸이 먼저 그 기울기를 느낀다. 발전소 현장에서 바닥 물매 하나 잘못 잡으면 물이 엉뚱한 데 고이는 걸 숱하게 봤는데, 여기선 그 기울기가 오히려 공간의 리듬이 됐다. 반듯한 바닥이 정답이라고 누가 정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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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가 만든 칸마다 서가와 열람석이 들어앉는다. 곡선 아래라 천장 높이가 자리마다 조금씩 다르고, 아치 정점 아래는 높고 다리 쪽은 낮다. 앉는 자리마다 머리 위 공간의 부피가 달라진다는 것. 다 똑같은 열람실보다 훨씬 앉을 맛이 난다. 어떤 자리는 아늑하고 어떤 자리는 트여 있다. 사람들은 결국 자기한테 맞는 아치를 찾아 앉게 된다. 도서관이 자리를 고르게 만드는 집이라니, 좀 다정하다. 나도 도서관 가면 늘 앉던 구석 자리가 있었다. 창가 두 번째, 기둥 뒤. 사람은 결국 자기 몸에 맞는 부피를 찾는다. 이 도서관은 그 본능을 아치로 배려한 셈이다. 자리 하나에 그렇게 애착이 생기는 도서관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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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이 알려주는 건 땅이 가진 걸 쉽게 밀지 말라는 거다. 요즘은 뭘 짓든 일단 부지를 평평하게 깎고 시작한다. 편하니까. 근데 그 경사, 그 나무, 그 오래된 결을 남기면 공간에 이야기가 생긴다. 집 고칠 때도 비슷하다. 오래된 벽돌 한 면, 삐뚤어진 천장 보 하나를 억지로 감추지 말고 살려두는 것. 완벽하게 반듯한 것보다 조금 어긋난 게 사람을 더 오래 머물게 한다. 없애기 전에 한 번 더 보는 눈, 그게 이 도서관의 진짜 설계다. 땅에 지는 게 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남긴 결이 결국 그 집을 유일하게 만든다.
곡면 아치를 콘크리트로 뽑는 건 마감쟁이한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치마다 곡률이 달라 거푸집을 낱개로 짜야 하고, 철골을 콘크리트로 얇게 감싼 구조라 배근과 타설 관리가 촘촘해야 표면이 매끈하게 나온다. 게다가 바닥이 기울어 있으니 배수와 방수 계획도 평바닥보다 손이 많이 간다. 사진 속 그 산뜻한 아치 뒤에는 거푸집 목수와 미장이의 지독한 품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Tama Art University Library는 땅에 진 집이다. 경사를 이기려 들지 않고, 아치로 그 위에 숲을 얹었다. 나라면 제일 낮은 아치 밑, 천장이 머리에 닿을 듯한 그 구석 자리에 앉고 싶다. 좁아서 오히려 아늑한 자리. 그런 데를 찾아 앉는 게 이 도서관을 제대로 쓰는 법일 것 같다. 낮은 데를 일부러 찾는 사람, 그런 사람을 위한 도서관이기도 하다.
대학 시설이라 외부인 이용은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 답사 목적이라면 사전에 대학 측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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