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Cuadra San Cristóbal인가 — 도시와 생활으로 푸는 건축 이야기

ARCHITECTURE STORY · 도시적 차분함

Cuadra San Cristóbal

Luis Barragán의 건축을 도시와 생활의 관점으로 읽다

📍멕시코시티, 멕시코

도시와 생활 · ARCHITECTURE ESSAY

Cuadra San Cristóbal

Luis Barragán의 건축을 실내건축과 현장의 눈으로 다시 읽다

건축은 혼자 서 있지 않는다. 도시의 결, 생활의 습관, 시대의 욕망과 함께 읽혀야 한다.

Cuadra San Cristóbal 스케치 일러스트 입니다.
.

말이 물을 마시러 오는 광장. Cuadra San Cristóbal을 처음 알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다. 분홍 벽, 물이 고인 수반, 그리고 진짜 말들. 이건 건물이라기보다 말과 사람과 물을 위한 무대에 가깝다. 멕시코시티 외곽의 이 마구간 겸 주택 단지를, 오늘은 도시와 생활의 눈으로 읽는다.

건축가
Luis Barragán
건축물
Cuadra San Cristóbal
위치
멕시코시티, 멕시코
시대
Mexican Modernism
오늘의 관점
도시와 생활

이 건축가의 특징

Luis Barragán 건축 특성 요약 카드

본 이미지는 실사진이 아니라, 마스터 DB의 건축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요약 일러스트입니다.

GOOGLE MAP

건축물이 놓인 자리

Cuadra San Cristóbal · 멕시코시티, 멕시코
도시 기준 좌표: 19.4326, -99.1332

잠깐 쉬어가는 코너 🧐

협업자 이야기

이 프로젝트는 바라간이 조경가 안드레스 카사스와 함께 작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구간을 예술로 만든 데는 말을 아는 사람의 손도 섞여 있었던 셈이다.

01

마구간을 이렇게까지 짓는다고

이 단지는 말을 기르고 훈련하는 사람을 위해 지어졌다. 마구간, 조련용 마당, 수영장, 살림집이 한 부지에 있다. 보통 마구간이라 하면 기능만 챙긴 실용 건물을 떠올리는데, 바라간은 여기에 색면과 물과 여백을 부었다. 높은 분홍 벽 하나가 마당을 가르고, 그 벽에 뚫린 큰 사각 구멍으로 말이 지나다닌다. 벽에 낸 구멍 하나가 문이자 액자이자 그늘이다. 실용 건물에 이렇게까지 감정을 넣어도 되나 싶은데, 되더라. 오히려 그게 이 곳을 잊히지 않게 만들었다. 말이 지나가라고 뚫은 구멍인데, 사람이 그 앞에 더 오래 선다. 액자 속으로 말이 걸어 들어오고 걸어 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02

물과 벽과 말,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시간

이 마당의 주인공은 사실 물이다. 넓고 얕은 수반에 벽 색이 통째로 비친다. 바람이 없으면 분홍 벽이 하나 더 물속에 생긴다. 말이 걸어 들어와 물을 첨벙이면 그 그림이 잠깐 부서졌다가 다시 고인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계속 보게 되는 풍경. 바라간은 이런 걸 두고 정적과 고독을 설계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처음엔 멋 부린 말인가 했는데, 이 마당 사진을 보면 알 것 같다. 비어 있는데 꽉 찬 느낌. 그 미묘한 걸 벽 몇 장과 물로 만들어냈다. 빠른 것만 값이라 여기는 시대에, 이 마당은 느림을 판다.

03

담이 도시를 대하는 방식

이 단지는 담으로 도시와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바깥 세상은 벽 너머에 두고, 안쪽에 자기만의 작은 도시를 만들었다. 요즘 도시 건축이 다 열고 소통하자는 쪽으로 가는 걸 생각하면 좀 거꾸로다. 그런데 이 폐쇄가 답답하지 않고 아늑하다. 담이 높아서 하늘은 더 넓어 보이고, 안이 조용해서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다 열어야 좋은 게 아니라는 것. 무엇을 막느냐가 무엇을 들이느냐를 정하기도 한다. 나는 발전소 담장 안에서 오래 일했다. 담이 답답한 줄만 알았는데, 잘 친 담 안쪽은 의외로 아늑하다는 걸 여기 와서야 인정하게 된다. 막는 게 꼭 가두는 건 아니다.

04

우리 집 마당 한 평에 옮긴다면

이런 대저택 마당을 아파트에 옮길 순 없다. 하지만 원리 하나는 훔칠 수 있다. 좁은 발코니나 마당에 낮고 넓은 물그릇 하나 두는 것. 새가 오고, 벽 색이 비치고, 저녁 빛이 흔들린다. 물은 면적을 안 잡아먹으면서 공간의 온도와 소리를 바꾼다. 그리고 벽 하나를 진한 색으로 칠해 그 물에 비치게 하면, 반 평짜리 공간이 두 배로 깊어 보인다. 돈은 거의 안 든다. 손이 좀 갈 뿐이다. 물그릇 하나가 좁은 공간을 왜 넓어 보이게 하는지 처음엔 몰랐다. 하늘이 한 장 더 생겨서다. 바닥에 하늘이 깔리면 방은 그만큼 깊어진다.

현장 메모

설비쟁이 입장에서 이런 얕은 수반은 낭만과 골칫거리가 반반이다. 야외 수반은 증발로 물이 줄고, 잎사귀와 먼지가 쌓이고, 여름엔 조류가 낀다. 순환 펌프와 오버플로 배수, 방수층 관리가 계속 따라붙는다. 겨울이 있는 기후라면 동파까지. 사진 속 거울 같은 수면은 그냥 물을 받아둔 게 아니라 수질과 수위를 계속 손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나는 이 낭만 쪽에 표를 던진다. 관리가 귀찮다고 물을 포기하면, 저 거울 같은 마당은 영영 못 만든다.

마무리

분홍 벽과 물, 그리고 말. 셋만으로 이렇게까지 오래 보게 만드는 곳이 또 있을까. Cuadra San Cristóbal은 기능만 챙기면 될 곳에 굳이 아름다움을 부은 고집의 결과다. 말을 위한 마당에 사람이 더 오래 서 있게 되는 역설. 나라면 저 분홍 벽 앞 물가에 접이의자 하나 펴놓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게 이 마당을 제대로 쓰는 법일 것 같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지금 가볼 수 있는 곳인가?

사유지라 상시 개방은 아니고, 예약 기반의 제한적 방문으로 운영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Barragán Foundation 공식 아카이브
  • Emilio Ambasz, The Architecture of Luis Barragán, MoMA,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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