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 Disney Concert Hall, 구조와 동선으로 다시 본 Frank Gehry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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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STORY · 미니멀 갤러리
Walt Disney Concert Hall
Frank Gehry의 건축을 구조와 동선의 관점으로 읽다
구조와 동선 · ARCHITECTURE ESSAY
Walt Disney Concert Hall
Frank Gehry의 건축을 실내건축과 현장의 눈으로 다시 읽다
겉모습보다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이 건축이 사람을 어떤 순서로 움직이게 만드는가이다.
1987년, 월트 디즈니의 아내 릴리언은 로스앤젤레스에 콘서트홀을 지어 달라며 오천만 달러를 내놓았다. 그 선물이 건물이 되기까지 십육 년이 걸렸다. Walt Disney Concert Hall. 예산과 기술과 논쟁의 긴 터널을 지나 2003년에야 문을 연 이 은빛 돛의 콘서트홀은, 그 사이 스페인에서 먼저 완공된 빌바오의 동생이자 형이다. 오늘은 이 주름진 스테인리스 아래의 구조와 동선을 읽는다.
이 건축가의 특징
본 이미지는 실사진이 아니라, 마스터 DB의 건축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요약 일러스트입니다.
GOOGLE MAP
건축물이 놓인 자리
Walt Disney Concert Hall · 로스앤젤레스, 미국
도시 기준 좌표: 34.0522, -118.2437
잠깐 쉬어가는 코너 🧐
숨은 디테일 찾기 — 무광의 구간
디즈니 홀의 외피를 자세히 보면 광택이 다른 구간이 있다. 개관 후 햇빛 반사 문제가 확인된 오목 곡면들을 샌딩으로 무광 처리한 흔적이다. 걸작의 표면에 남은 수정 자국. 완성이란 한 번에 끝나는 상태가 아니라는 증거로 이만한 것이 없다.
01
돛인가 꽃인가, 스테인리스의 주름
외피는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의 곡면 다발이다. 돛으로 읽는 사람도, 꽃잎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곡면들이 만나며 만드는 골목 같은 진입부가 이 건물의 첫 악장이다. 헤매고 싶은 외피와 헤매면 안 되는 로비 사이에서, 안내 사인과 조명이 조용히 일을 많이 한다. 이 자유곡면들 역시 항공 설계 도구 없이는 도면화할 수 없었다. 빌바오에서 검증된 공정이 고향 로스앤젤레스에서 완성형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 주름들의 사진을 확대해 보다 시간을 잃은 적이 있다. 나는 이 곡면들이 그냥 좋다.
02
눈부심 소동이 남긴 교훈
개관 직후 이 반짝이는 외피는 소송감이 될 뻔했다. 오목한 곡면 일부가 햇빛을 모아 길 건너 아파트의 실내 온도를 끌어올리고 보도의 눈부심을 키운 것이다. 해결책은 소박했다. 문제가 된 구간의 광택을 샌딩으로 죽여 무광으로 바꾸는 것. 형태의 자유가 광학의 책임을 데려온다는 것을 이만큼 또렷하게 보여준 사례가 없다. 유리 커튼월의 반사 민원부터 주방 상판의 눈부심까지, 규모만 다를 뿐 같은 문제다. 반짝이는 재료를 고를 때는 그 빛이 어디로 튈지까지가 설계다.
03
포도밭에 앉는 밤
홀 안은 포도밭식이다. 무대를 객석이 사방에서 둘러싸고, 좌석 블록들이 경사진 밭처럼 층층이 갈라진다. 베를린 필하모니가 연 이 형식을, 게리는 더글러스 퍼 목재의 물결치는 천장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식으로 다시 썼다. 어느 자리에서도 무대가 가깝고, 다른 관객들의 얼굴이 보인다. 음악회가 감상이 아니라 참석이 되는 배치다. 그런 밤의 객석에 앉아 있는 스스로를 문득 상상하게 된다. 음향은 나가타 어쿠스틱스의 도요타 야스히사가 맡았다. 형태의 곡예 안에서 소리의 질서를 지켜낸 것은 건축가와 음향가의 팀워크였다.
04
십육 년의 공정이 말해주는 것
선물에서 개관까지 십육 년. 그 사이 모금은 멈췄다 다시 시작됐고, 도면은 기술을 기다렸고, 여론은 오르내렸다. 완공을 앞당긴 동력 중 하나가 빌바오의 성공이었다는 사실은 건축계의 유명한 아이러니다. 먼 도시의 완공이 고향의 멈춘 현장을 다시 움직인 것이다. 오래 걸린 건물에는 그만큼의 서사가 쌓인다. 허스트 타워의 팔십 년이 그랬고, 이 십육 년이 그렇다. 공정표의 길이는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때로 신뢰의 기록이 된다. 오래 기다린 것들에 대한 애정은 어쩔 수 없이 깊어진다.
05
오늘의 공간으로 가져온다면
디즈니 홀에서 가져올 것은 하나다. 좌석의 방향을 섞을 것. 거실 소파가 전부 텔레비전을 향해 일렬로 앉아 있는 집이 많다. 포도밭식 객석처럼, 서로의 얼굴이 보이는 각도를 하나 끼워 넣어 보는 것이다. 일인 의자 하나를 소파와 마주 보게 트는 것만으로 거실의 용도에 대화가 추가된다. 무대를 향한 배치는 감상의 배치고, 서로를 향한 배치는 참석의 배치다. 집의 거실이 어느 쪽이길 원하는지부터 정하면 가구 배치는 스스로 답을 낸다.
현장 메모
현장 메모. 곡면 스테인리스 외피는 패널마다 곡률이 달라 교체용 재고를 쌓아 둘 수 없는 외장이다. 손상 시 해당 곡률로 다시 성형해야 하니, 도면 데이터의 보존이 곧 유지관리 대책이 된다. 눈부심 샌딩 보수까지 포함해서, 이 건물은 준공 후에도 외피를 계속 편집해 온 셈이다. 비정형 건축의 준공일은 편집의 시작일이다.
마무리
Walt Disney Concert Hall은 한 사람의 선물이 도시의 악기가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십육 년의 공정, 눈부심의 소동, 포도밭의 객석까지. 이 건물이 사랑받는 이유는 곡면의 화려함보다 그 안에서 밤마다 반복되는 참석의 감각에 있다. 글을 마치고 오늘 일기에는 한 줄만 남긴다. 선물은 오래 걸려도 도착한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빌바오와 디즈니 홀 중 어느 쪽이 먼저인가?
설계는 디즈니 홀이 먼저 시작됐지만 완공은 빌바오가 앞섰다. 빌바오의 성공이 지연되던 디즈니 홀 프로젝트를 다시 움직인 동력이 됐다는 점이 유명한 뒷이야기다.
포도밭식 객석이 뭔가?
무대를 객석 블록들이 사방에서 둘러싸는 배치다. 베를린 필하모니가 대표적 선례로, 어느 자리든 무대와 가깝고 관객끼리 서로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집에 가져올 힌트 하나를 꼽는다면?
서로를 향한 좌석 하나다. 텔레비전을 향해 일렬로 앉는 배치에 마주 보는 의자 하나만 더해도 거실에 대화라는 용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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