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Crown Hall 건축 이야기 — 도시와 생활으로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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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STORY · 미니멀 갤러리
S.R. Crown Hall
Ludwig Mies van der Rohe의 건축을 도시와 생활의 관점으로 읽다
도시와 생활 · ARCHITECTURE ESSAY
S.R. Crown Hall
Ludwig Mies van der Rohe의 건축을 실내건축과 현장의 눈으로 다시 읽다
건축은 혼자 서 있지 않는다. 도시의 결, 생활의 습관, 시대의 욕망과 함께 읽혀야 한다.
건축학교 건물 안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시카고 일리노이 공대의 S.R. Crown Hall 이야기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자신이 학장으로 있던 학교의 건축관을 설계하면서, 강의실을 나누는 벽도 기둥도 없는 하나의 큰 방을 만들었다. 지붕을 위에서 매달아 바닥을 완전히 비운 것이다. 오늘은 이 투명한 상자가 캠퍼스와 도시의 생활 속에서 무엇을 가르쳐 왔는지 읽는다.
이 건축가의 특징
본 이미지는 실사진이 아니라, 마스터 DB의 건축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요약 일러스트입니다.
GOOGLE MAP
건축물이 놓인 자리
S.R. Crown Hall · 시카고, 미국
도시 기준 좌표: 41.8781, -87.6298
잠깐 쉬어가는 코너 🧐
숨은 디테일 찾기 — 유리의 경계선
크라운 홀의 창을 정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허리쯤에서 유리의 성질이 바뀌는 선이 보인다. 아래는 반투명, 위는 투명. 앉은 사람은 보호하고 선 사람에게는 풍경을 주는 경계다. 유리 한 장에 두 개의 방을 넣은 셈이다.
01
지붕을 매달아 바닥을 비우다
이 건물의 구조는 단순하고 대담하다. 네 개의 커다란 강철 플레이트 거더를 지붕 위로 노출시키고, 지붕판을 그 거더에 매달았다. 하중이 위에서 걸리니 실내에는 기둥을 세울 이유가 사라진다. 그래서 주 스튜디오는 사방 어디에도 걸리는 것 없는 하나의 홀이 된다. 구조를 지붕 위로 밀어 올린 대가로 실내를 비운 것.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밖으로 내보낼지 정하는 일이 설계라는 것을, 이 단면만큼 짧게 설명하는 도면을 나는 알지 못한다.
02
허리 아래는 반투명
유리 상자라고 다 같은 유리가 아니다. 크라운 홀의 창은 아래쪽이 반투명 유리, 위쪽이 투명 유리로 나뉜다. 앉아서 작업하는 학생의 눈높이 아래는 시야를 부드럽게 막아 집중을 지키고, 서서 고개를 들면 캠퍼스의 나무와 하늘이 들어온다. 프라이버시와 개방을 층으로 나눈 것이다. 실내를 만지는 일을 하다 보면 이 눈높이의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카페의 창, 사무실의 파티션, 집의 커튼 높이가 전부 같은 문제를 풀고 있다.
03
칸막이 없는 학교의 소란
이 큰 방에서 여러 학년의 스튜디오가 낮은 가벽만으로 나뉘어 동시에 돌아간다. 옆 학년이 무엇을 하는지 늘 보이고, 크리틱의 목소리와 모형 만드는 소리가 섞인다. 집중에는 불리하지만 배움에는 유리하다는 것이 이 배치의 오래된 주장이다. 물론 시끄럽다는 불평도 그만큼 오래됐다. 소음까지 교육 과정으로 치는 이 건물의 강경함에 나는 반쯤 동의하고 반쯤 웃는다. 열린 사무실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유리에 둘러싸인 대공간이 겨울 아침에 얼마나 서늘할지도, 도면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04
미스가 그린 캠퍼스 안에서
크라운 홀은 홀로 서 있지 않다. 미스는 이 대학의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맡아, 격자 위에 낮고 반듯한 벽돌과 강철의 건물들을 배치했다. 크라운 홀은 그 격자의 한가운데에서 유일하게 기단 위로 올라선 건물이다. 계단 몇 단이 이 건물에 학교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준다. 도시의 한 블록 전체가 하나의 문법으로 쓰인 드문 사례이자, 그 반복이 지루함으로 읽히기도 하는 사례다. 이후 이 캠퍼스에 렘 콜하스의 학생회관이 들어서며 격자에 균열이 생겼는데, 세대가 다른 두 언어가 한 캠퍼스에서 부딪히는 장면은 사진으로만 봐도 흥미롭다. 그 두 건물 사이를 실제로 걸어 보면 어떤 기분일지, 언젠가 확인하고 싶은 목록에 올려 둔다.
05
오늘의 공간으로 가져온다면
크라운 홀에서 가져올 것을 하나 고르라면 눈높이의 분할이다. 창 전체를 가리거나 전부 여는 이분법 대신, 높이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 카페 창이라면 앉은 눈높이까지만 반투명 필름을 붙이고 위는 비워 두는 것, 집이라면 커튼을 창의 아래 절반에만 다는 카페 커튼 방식이 그것이다. 길에서는 안이 훤히 보이지 않고, 안에서는 하늘과 나무가 보인다. 유리 한 장을 두 개의 방으로 나누는 이 방법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미스가 학생들에게 준 선물이 우리 창가에도 적용된다.
현장 메모
현장 메모. 기둥 없는 대공간은 설비의 자유를 함께 뺏는다. 천장에 배관을 숨길 층이 얇고, 노출된 거더와 지붕판의 열교 처리가 까다롭다. 실제로 이 건물은 냉난방 효율과 결로 문제로 오랫동안 손질을 받아 왔고, 2000년대에 대규모 보수를 거쳤다. 비운 공간은 공짜가 아니다. 그 여백의 유지비를 누가 감당할 것인지가 준공 이후의 진짜 설계다.
마무리
S.R. Crown Hall은 건축 교육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강의다. 매달린 지붕, 눈높이로 나뉜 유리, 칸막이 없는 소란까지. 학생들은 매일 이 건물 안에서 덜어냄의 대가와 보상을 몸으로 배운다. 다음에 시카고에 갈 일이 생긴다면 강의가 있는 평일 오후에 이 홀 앞에 서 보고 싶다. 유리 너머로 새어 나오는 소란이 궁금해서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왜 실내에 기둥이 없나?
지붕 위로 노출된 네 개의 강철 플레이트 거더에 지붕판을 매달았기 때문이다. 하중을 위에서 걸어 지지하므로 실내 바닥에는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어졌다.
칸막이 없는 스튜디오는 실제로 어떤가?
여러 학년의 작업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어 배움에는 유리하지만, 소음에 대한 불평도 오래 이어져 왔다. 집중과 교류를 맞바꾼 구조다.
집이나 가게에 가져올 힌트는?
눈높이로 나누는 창이다. 앉은 눈높이까지만 반투명하게 처리하고 위를 비우면, 시선은 막고 빛과 풍경은 들이는 두 가지를 한 창에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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