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k Institute 건축 이야기 — 구조와 동선으로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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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STORY · 따뜻한 빛과 표면
Salk Institute
Louis Kahn의 건축을 구조와 동선의 관점으로 읽다
구조와 동선 · ARCHITECTURE ESSAY
Salk Institute
Louis Kahn의 건축을 실내건축과 현장의 눈으로 다시 읽다
겉모습보다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이 건축이 사람을 어떤 순서로 움직이게 만드는가이다.
연구소를 설계해 달라는 의뢰에 루이스 칸은 수도원을 떠올렸다. 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소크가 칸에게 부탁한 것은 실험실 그 이상이었다. 피카소를 초대해도 어울릴 연구소를 지어 달라는 말은 유명하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 라호야의 절벽 위에 세워진 이 건물을, 오늘은 구조와 동선의 눈으로 읽는다. 과학자의 하루가 어떻게 조직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만한 교과서가 없다.
이 건축가의 특징
본 이미지는 실사진이 아니라, 마스터 DB의 건축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요약 일러스트입니다.
GOOGLE MAP
건축물이 놓인 자리
Salk Institute · 라호야, 미국
도시 기준 좌표: 32.8328, -117.2713
잠깐 쉬어가는 코너 🧐
만약 당신이 소크 박사였다면?
백신으로 세계적 영웅이 된 과학자가 전 재산 같은 신뢰를 걸고 건축가에게 말한다. 피카소가 와도 어울릴 연구소를 지어 주시오. 실험대와 배관이 우선인 건물에 예술가의 자리를 요구한 이 주문이, 20세기 연구소 건축의 걸작을 낳았다. 좋은 건축주가 좋은 건축의 절반이다.
01
비워서 완성한 배치
소크 연구소의 평면은 단순하다. 두 동의 연구동이 마주 보고, 그 사이에 트래버틴을 깐 빈 광장이 있다. 처음 계획에는 이 광장에 나무를 심을 생각도 있었지만, 칸의 초청으로 부지를 본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이 말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심지 말 것. 돌의 광장으로 두면 하늘을 향한 파사드가 될 것. 그 조언대로 광장은 비워졌고, 가운데 가느다란 물길 하나만 태평양을 향해 흐른다. 나는 이 배치도를 볼 때마다 숨을 한 번 고르게 된다. 건축의 중심이 건물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 가구를 놓지 않은 여백도 디자인이라는 말을 실무에서 자주 하지만, 이 광장 앞에서는 그 말이 부끄러울 만큼 작아진다.
02
섬기는 공간, 섬김받는 공간
칸의 유명한 개념이 이 건물에 그대로 들어 있다. 공간을 '섬김받는 공간'과 '섬기는 공간'으로 나누는 생각이다. 실험실 층 사이사이에 설비만을 위한 층을 통째로 끼워 넣어, 배관과 덕트가 연구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도 언제든 손볼 수 있게 했다. 실험실 층은 기둥 없는 넓은 평면으로 비워, 연구 장비가 바뀔 때마다 벽을 부수지 않고 다시 짤 수 있다. 발전소 현장에서 배관 하나 고치려고 반나절 동선을 짜 본 사람으로서, 이 단면 앞에서는 존경을 넘어 부러움이 먼저 온다. 유지관리를 설계의 처음에 놓는 건축가는 지금도 드물다. 칸은 60년 전에 그것을 기념비의 수준으로 해냈다.
03
복도가 아니라 회랑
연구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는 동선에는 복도라는 말보다 회랑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연구동 바깥쪽으로 개인 서재들이 광장을 향해 비스듬히 돌출되어 있다. 실험은 안쪽에서, 사색은 바다를 향해서. 일하는 몸과 생각하는 몸의 자리를 분리해 준 셈이다. 과학자들에게 수도사의 방을 준 이 구성은, 연구소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칸의 해석이 얼마나 깊었는지 보여준다. 일과 사색의 동선을 나눈다는 아이디어는 오늘의 사무실 설계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회의실과 집중석을 나누는 요즘의 오피스가 뒤늦게 도착한 자리에, 이 건물은 처음부터 서 있었다.
04
콘크리트와 티크, 재료의 위계
구조는 노출콘크리트, 창과 패널은 티크 목재. 이 건물의 재료 목록은 짧다. 콘크리트 표면에는 거푸집 자국과 결속 구멍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흠이 아니라 문법이다. 구조가 정직하게 드러나니 목재의 온기가 더 선명해진다. 세월이 지나며 티크는 은회색으로 바래 갔고, 그 바랜 색이 콘크리트와 한 몸처럼 어울린다. 늙는 것까지 계산된 재료 선택. 준공 사진보다 오늘의 사진이 더 좋은 드문 건물이다. 마감재는 고를 때보다 늙을 때 실력이 드러난다는 것을, 나는 이 건물의 사진 연대기를 보며 배웠다.
05
오늘의 공간으로 가져온다면
소크 연구소에서 가져올 것은 절벽 위의 풍경이 아니라 우선순위다. 첫째, 비움을 중심에 둘 것. 방을 하나 더 만들기 전에 비워 둘 자리부터 정하는 순서. 둘째,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을 분리할 것. 설비처럼 자주 바뀌는 요소에게 저만의 자리를 주면 공간의 수명이 길어진다. 셋째, 재료의 가짓수를 줄이고 각 재료가 늙는 모습까지 상상할 것. 집 거실 하나를 고치더라도 이 세 가지 순서는 그대로 쓸 수 있다. 위대한 건축의 교훈은 대개 이렇게 검소하다.
현장 메모
현장 메모. 소크 연구소의 콘크리트는 배합과 거푸집 관리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바닷바람 앞에서는 어떤 재료도 영원하지 않다. 티크 창호는 반세기를 버틴 뒤 2010년대에 대대적인 보존 수리를 거쳤다. 원형을 지키는 수리란 새것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늙음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라는 것을, 이 프로젝트의 보존 기록들이 보여준다. 현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들에는 반드시 그것을 돌보는 손이 있다. 걸작도 예외가 아니다.
마무리
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은 연구소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질문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공간을 주어야 하는가. 칸의 답은 실험실과 서재, 소음과 침묵, 채움과 비움을 정확히 나누고 그 사이에 바다를 향한 물길 하나를 놓는 것이었다. 언젠가 그 광장의 트래버틴 위에 서 보고 싶다는 바람을 일기장에 적어 둔다. 다만 그 전에도 이 건물은 이미 내 일하는 자리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좋은 건축은 이렇게 멀리서도 일을 한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소크 연구소에서 오늘의 사무공간이 배울 점은?
집중과 사색의 자리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실험실과 바다를 향한 개인 서재의 관계는, 오픈 오피스와 집중 부스를 나누는 요즘 설계가 반세기 늦게 따라간 답안이다.
왜 광장에 나무 한 그루 없이 비워 두었을까?
부지를 본 루이스 바라간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광장을 비우면 하늘을 향한 파사드가 된다는 것. 실제로 이 빈 광장과 물길이 이 건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 되었다.
노출콘크리트 관리가 어렵지 않을까?
바닷가라는 조건에서 콘크리트와 티크 모두 지속적인 보존 관리를 받아 왔다. 재료의 수명은 재료 자체보다 관리의 꾸준함이 결정한다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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