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Lis 건축 이야기 — 빛과 체류감으로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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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STORY · 도시적 차분함
Can Lis
Jørn Utzon의 건축을 빛과 체류감의 관점으로 읽다
빛과 체류감 · ARCHITECTURE ESSAY
Can Lis
Jørn Utzon의 건축을 실내건축과 현장의 눈으로 다시 읽다
좋은 공간은 밝기만 조절하지 않는다. 머무는 속도와 감정의 온도를 바꾼다.
시드니를 떠난 웃손이 향한 곳은 지중해의 절벽이었다. 마요르카 섬의 벼랑 끝에, 그는 아내의 이름을 붙인 집을 지었다. Can Lis. 리스의 집이라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 현장에서 상처 입은 건축가가, 섬의 돌을 쌓아 가족의 거처를 만든 것이다. 이 집은 그래서 주택이면서 회복의 기록이다. 오늘은 돌과 바다와 빛으로 지은 그 치유의 문법을 읽는다.
이 건축가의 특징
본 이미지는 실사진이 아니라, 마스터 DB의 건축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요약 일러스트입니다.
GOOGLE MAP
건축물이 놓인 자리
Can Lis · 마요르카, 스페인
도시 기준 좌표: 39.5696, 2.6502
잠깐 쉬어가는 코너 🧐
만약 당신이 웃손이었다면?
세계적 명성과 세계적 상처를 동시에 안고 섬에 도착했다. 무엇이든 지을 수 있는 실력으로, 당신은 어떤 집을 짓겠는가. 웃손의 답은 섬의 돌을 쌓은 낮은 집이었다. 가장 먼 곳까지 가 본 사람이 가장 단순한 곳으로 돌아온 기록. 그것이 칸 리스다.
01
섬의 돌로 쌓은 집
칸 리스의 재료 목록은 짧다. 마요르카에서 캐는 연한 금빛 사암 블록이 벽이고 기둥이고 보이며, 지붕의 틀이다. 섬의 채석장에서 잘라 온 돌을 별다른 마감 없이 쌓았고, 표면에는 톱날 자국과 조개껍데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발스의 온천이 계곡의 돌로 계곡을 다시 접었다면, 이 집은 섬의 돌로 섬의 일부가 되었다. 재료가 땅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 건물은 풍경에 대한 예의를 절반쯤 갖춘다. 남은 절반은 배치가 갖춘다.
02
방들이 흩어져 사는 집
칸 리스는 한 채가 아니라 작은 별채들의 무리다. 거실 동, 식당과 부엌 동, 침실 동들이 저마다 떨어져 서서 마당과 짧은 회랑으로 이어진다. 방과 방 사이를 가려면 잠시 바깥의 빛과 바람을 지나야 한다. 각 동은 태양의 방향과 바다의 조망에 맞춰 조금씩 다른 각도로 돌아앉았다. 편리로 치면 낙제인 배치가 감각으로 치면 수석이 되는 사례다. 방 사이의 이 몇 걸음이 하루에 계절을 들이는 장치라는 것을, 이 평면은 조용히 가르친다. 방을 옮길 때마다 하늘을 한 번씩 보게 되는 생활이, 나는 오래 부럽다.
03
벽의 깊이가 만든 액자
거실의 창은 유리창이라기보다 돌벽에 뚫린 깊은 구멍이다. 두꺼운 벽의 안쪽으로 창이 깔때기처럼 벌어지고, 유리는 바깥 면에 붙어 프레임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실내에서 바다는 유리 너머의 풍경이 아니라 벽에 걸린 그림처럼 보인다. 돌 소파에 앉으면 바다가 정면에 오도록 잡았다고 전해진다. 그 자리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을 나는 몇 년째 지우지 못하고 있다. 창의 크기가 아니라 벽의 깊이가 조망의 질을 정한다는 것. 이 집의 창들은 그 원리의 교과서다. 얕은 벽의 큰 창보다 깊은 벽의 작은 창이 풍경을 오래 붙잡는다.
04
상처가 지은 집
이 집의 가구는 대부분 돌로 붙박여 있다. 반원의 석조 소파, 돌의 식탁, 돌의 선반. 옮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실내다. 시드니에서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 사람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집을 지었다는 해석은 아마 과잉일 것이다. 그래도 이 집의 부동성 앞에서는 그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훗날 웃손 가족은 구경 오는 사람들을 피해 섬 안쪽의 새 집으로 옮겼다고 전해지지만, 칸 리스는 지금도 건축가들의 순례지로 남아 있다. 상처의 기록이 다음 세대의 교재가 된 것이다. 상처를 이렇게 쓰는 법도 있구나 싶어, 이 집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마음이 덥혀진다.
05
오늘의 공간으로 가져온다면
칸 리스가 건네는 힌트는 창턱의 깊이에 있다. 우리 집 창을 부수고 벽을 두껍게 만들 수는 없지만, 창가에 깊이를 연출할 수는 있다. 창턱 안쪽으로 낮은 수납장을 붙여 삼십 센티의 턱을 만들고, 그 위를 비워 두는 것이다. 화분과 책 몇 권이면 그 턱은 방에서 가장 사랑받는 자리가 된다. 풍경을 소유하는 방법은 창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창 앞에 머물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절벽의 돌집이 증명한 원리는 아파트 창가에서도 작동한다.
현장 메모
현장 메모. 바닷가 절벽의 사암 건물은 염분과 습기, 강한 일사를 정면으로 받는다. 무른 돌의 풍화, 줄눈의 세월, 바람에 실려 오는 소금기까지. 이 집이 반세기를 버틴 데는 단순한 구법의 힘이 크다. 부재의 수가 적고 구조가 정직하면 고칠 곳도 명확해진다. 복잡한 디테일의 집일수록 늙음이 사고가 되고, 단순한 집일수록 늙음이 표정이 된다. 관리하는 사람의 눈으로 고른다면 답은 늘 후자다.
마무리
Can Lis는 건축가가 자신을 치료하려고 지은 집이다. 섬의 돌, 흩어진 방들, 깊은 창, 움직이지 않는 가구까지.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현장을 떠나 온 사람이 고른 것들이 하나같이 조용하고 무겁고 느리다. 오늘 일기 끝에는 이렇게 적는다. 힘들었던 해에 나를 붙잡아 준 것들도 돌처럼 단순한 것들이었다. 집은 결국 그런 것들의 목록이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칸 리스라는 이름의 뜻은?
마요르카 말로 '리스의 집'이라는 뜻이다. 리스는 웃손의 아내 이름으로, 시드니를 떠난 뒤 가족을 위해 지은 집임을 이름이 말해준다.
지금도 방문할 수 있나?
현재는 웃손 재단이 관리하며 건축가와 연구자를 위한 체류 프로그램 등으로 운영되어 왔다. 일반 관광지는 아니지만, 건축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랜 순례지다.
집에 가져올 힌트 하나를 꼽는다면?
창가의 깊이다. 창턱 안쪽에 낮은 수납장을 붙여 턱을 만들고 그 위를 비워 두면, 창을 키우지 않고도 풍경 앞에 머무는 자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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